[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시간과 공간
우리는 학교에서 배우거나 자신이 경험한 일을 의심 없이 믿는다. 예를 들어 하나에다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된다는 산수 계산은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흙 한 덩어리에 또 한 덩어리를 합쳤더니 더 큰 진흙 한 덩어리가 된다고 하면 아마 콜럼버스의 달걀 논쟁이 될 것이다. 꼭 그런 것들을 발상의 전환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 눈앞에 진리라고 보이는 여러 현상은 사실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 21세기 과학의 입장이다. 아인슈타인은 그런 상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사람이다. 그래서 뉴턴 이후 절대적인 진리라고 믿었던 고전물리학에 '상대적'이란 단서를 붙였고, 결국 자신의 광양자설로 시작했던 양자역학에 발목을 잡혔다. 시간과 공간에 관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의문을 가진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120여 년 전 그는 사고실험과 복잡한 계산 끝에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속도에 따라 빨리 흐르기도 하고 더디 흐르기도 하며, 중력은 공간을 휘게 할 수 있고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엄청난 상상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물리학자였지 수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동료 수학자의 도움을 받아 그런 의문점을 수학 공식을 이용해서 정리했다. 상대성 이론이다. 움직이는 속도가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그가 첫 번째로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이고, 중력이 공간을 휘게 하고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일반상대성이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을 역행할 수 있을까?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단골로 나오는 소재가 시간 여행이다. 공간은 우리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지만, 시간은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진리다. 그러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에 의해 시간 지연 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그렇다'가 정답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가고, 다른 한 사람은 걸어서 같은 장소에 가서 만났다. 그리고 아주 정확하고 정밀한 기구로 나이를 측정해 보니 자동차를 탔던 사람이 조금 덜 늙었다. 자동차의 속도가 걷는 것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사실이다. 아주 미미해서 무시해야 할 만큼의 차이여서 그렇지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오래 살려면 자주 뛰기라도 해야 할 판이다. 뛰면 건강에도 좋다지만 속력에 의한 시간 지연 현상 때문에 눈곱만큼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다. 그러니 되도록 뛰자. 중력은 빛도 휘게 할 수 있고 시간도 천천히 흐르게 붙잡는다. 지구 중심에 가까울수록 중력이 강해져서 시간이 늦게 흐르고 높은 산봉우리에 오를수록 시간은 빨리 흐른다. 그래서 산에서는 해가 빨리 지는 것이 아니라 높이 올라갈수록 중력이 약해져서 시간이 더 빨리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오래 살고 싶으면 아까 얘기처럼 자주 뛰어야 하고, 고층 아파트는 피하고 세를 들더라도 땅집을 권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120년 전에 수학 계산을 통해서 알아냈던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이렇듯 우주는 그 규모로 보나 특성으로 보나 아직 21세기의 첨단 과학기술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시간 공간 시간 지연 동료 수학자 수학 계산